밤에 차트 책을 다시 펴게 된 사정

봇 코드에 손댈 게 없는 밤이 있다. 그런 밤엔 딴짓을 한다. 이번 딴짓은 책장에 꽂아만 두고 안 읽던 패턴 교과서였고, 펴자마자 든 생각은 “이걸 내 봇이 볼 수 있나"였다.

여기는 업비트 크립토 봇 기록을 쌓는 랩인데, 차트 패턴이라는 게 자산을 안 가려서 사람이 모여 값을 매기는 자리면 어디서든 비슷한 모양이 반복된다는 말을 하도 들어놔서 한 번은 직접 확인해보고 싶었다. 걸리는 건 하나다. 그 모양을 코드로 옮길 수 있느냐.

그동안은 RSI, 볼린저, 아룬처럼 수식으로 계산되는 지표만 다뤘다. 이번엔 성격이 다르다. 헤드 앤 숄더, 플래그, 이중 천장 같은 눈으로 보는 패턴. 사람은 차트를 보다가 “아 저거네” 하고 알아본다. 봇은 못 한다. 어깨가 뭔지 넥라인이 어딘지를 전부 숫자로 적어줘야 겨우 움직인다.

그 간극을 재보기에 2026년 6~8월 삼성전자만 한 표본이 없다. 50거래일 만에 고점 대비 반토막이 났다가 45% 되돌아왔다. 교과서 패턴이 성립하기도 하고 처참하게 깨지기도 한 구간이다.

이 글의 데이터 범위
종목    삼성전자 (005930)
구간    2026-06-05 ~ 2026-08-14 · 50 거래일
출처    stockanalysis.com 일봉 (2026-08-14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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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 최고  374,500원  (6/19 고가)
기간 최저  189,200원  (7/29 저가)
최종 종가  274,500원  (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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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점 → 저점   −49.48%
저점 → 현재   +45.08%
고점 대비 현재 −26.70%

숫자 얘기를 먼저 해둔다. 위 표의 가격은 저 출처의 일봉을 그대로 옮긴 것이고, 손으로 매만진 값은 없다. 계산이 끼어든 자리에는 식을 같이 뒀다.

공부하려고 적는 노트이고 종목 추천은 없다.


1. 그 전에 무슨 일이 있었나

패턴을 세기 전에 배경이 필요하다. 이 구간의 모양은 종목 사정보다 시장 전체 사건에서 나왔다.

삼성전자 일봉 전체 구간

7월 말, 국내 증시가 이틀 만에 무너졌다. 공개된 지수 수치는 이렇다.

2026년 7월 말 코스피 (출처: 리치 플랫폼)
  7/27  6,755.75
  7/28  6,023.66   −10.84%
  7/29  5,663.24   −5.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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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틀 누적 약 −16.2% · 서킷브레이커 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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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14  6,923.87   +1.62%   (출처: stockinfo7)
  외국인 순매수 10,992억 · 개인 순매도 6,816억

원인으로 지목된 건 다섯 가지가 얽힌 구조였다. 지수 안에서 반도체 대형주로 쏠린 비중, AI 투자의 순환 출자 구조에 대한 의심, SK하이닉스가 사상 최대 실적을 내고도 눈높이에 못 미친 것, ADR 전환 일정이 만든 유동성 불확실성, 그리고 반대매매와 레버리지 ETF 리밸런싱에서 나온 기계적 매도.

차트 관점에서는 마지막 항목이 제일 고약하다. 반대매매는 가격을 안 본다. 담보 비율이 깨지면 시장가로 던진다. 그렇게 찍힌 캔들에는 수급이 거의 안 담긴다. 강제 청산의 흔적만 남는다. 교과서 패턴이 이런 구간에서 잘 안 먹는 이유다.

삼성전자 · 이 구간의 극단값
  최대 하락일  7/28  −13.39%   종가 220,000
  최저가       7/29  189,200   거래량 61,720,190주 (기간 최대)
  최대 상승일  7/31  +26.81%   종가 26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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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틀 만에 −13% → 다음날 저가 −9% → 그 이틀 뒤 +27%
  이런 구간에서 "종가 기준 진입" 은 사실상 무의미하다

7월 29일 거래량 6,172만 주. 기간 평균의 두 배가 넘는다. 그리고 그날이 저점이었다. 이걸 뭐라고 불러야 하는지가 이 글의 출발점이 됐다.


2. 아홉 개를 하나씩 대본다

받아둔 패턴 목록은 이렇다. 각각을 삼성전자 실제 데이터에 대보고, 성립하면 근거를, 안 되면 왜 안 되는지를 적는다. 억지로 끼워맞추는 순간 이 글은 쓸모가 없어진다.

9개 패턴 판정 (삼성전자 · 2026-06-05 ~ 08-14)
  ✔ 약세 플래그          7/20~7/23  교과서적으로 성립
  ✔ 역 헤드 앤 숄더      7/20~8/13  넥라인 돌파까지 완성
  △ 강세 플래그          7/31~8/12  성립하나 되돌림이 깊다
  ✘ 이중 바닥            두 저점이 20% 차이 — 아님
  ✘ 이중 천장            봉우리가 하나뿐
  ✘ 헤드 앤 숄더(정방향)  왼쪽 어깨에 해당하는 고점 없음
  ✘ 컵 앤 핸들           바닥이 U자가 아니라 V자
  ✘ 인버티드 컵 앤 핸들   해당 구간 없음
  △ 엘리어트 파동        셀 수는 있으나 사후 해석 — 뒤에서 따로

확실히 성립하는 건 둘, 조건부가 둘, 나머지 다섯은 없다. 이 비율이 정상이다. 패턴 책을 펴놓고 차트를 보면 다 보이는 것 같은데, 기준을 숫자로 고정하는 순간 대부분이 그냥 탈락해버린다. 눈이 먼저 속는다.


3. 약세 플래그, 이 구간에서 가장 깨끗했던 모양

성립한 것부터 본다. 아홉 개 중에 제일 깨끗했다. 7월 중순 하락 구간에 약세 플래그가 하나 있다.

삼성전자 약세 플래그

약세 플래그 구성 요소 (실측)
  깃대(flagpole)
    7/15 고가 284,500 → 7/20 저가 240,000
    3 거래일 만에 −15.6%
 
  깃발(flag)
    7/21 종가 259,000 → 7/22 260,500 → 7/23 270,000
    완만한 우상향 · 낙폭의 약 2/3 되돌림
 
  이탈
    7/24 종가 249,500 → 7/28 220,000 → 7/29 저가 189,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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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급락 → 좁은 되돌림 → 같은 방향 재이탈. 정의 그대로다

약세 플래그의 논리는 단순하다. 급락 뒤 반등을 만드는 건 매수세가 아니다. 숏 커버링과 저가 매수가 잠깐 맞춘 균형이고, 그 균형이 풀리면 가격은 원래 가던 방향으로 간다. 되돌림 구간의 거래량이 깃대보다 적으면 신뢰도가 올라간다고들 한다.

정말 그런지 실측으로 본다.

깃대 vs 깃발 거래량 (실측)
  깃대 구간   7/15  24,247,740
              7/16  26,605,500
              7/20  24,304,800     평균 25,052,680
 
  깃발 구간   7/21  20,353,870
              7/22  21,248,990
              7/23  15,996,110     평균 19,199,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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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깃발 거래량이 깃대의 76.6% — 교과서가 말하는 "감소" 조건 충족
  특히 7/23은 기간 최저 거래량. 되돌림의 힘이 빠진 자리였다

7월 23일 거래량 1,599만 주는 이 50거래일 중 가장 적다. 가격은 3일째 오르는데 거래량은 바닥이었다. 그 다음날부터 무너졌다.

이걸 코드로 옮기면

여기서부터 막힌다. 사람 눈에는 선명한 모양인데, 봇에게 시키려면 이렇게 적어줘야 한다.

약세 플래그를 규칙으로 쓰면
  1. 깃대: 최근 N봉 안에 X% 이상 하락       N? X?
  2. 깃발: 이후 M봉이 좁은 상승 채널        M? 채널 폭 허용치?
  3. 거래량: 깃발 평균 < 깃대 평균          이건 명확
  4. 진입: 깃발 하단 이탈 시 숏             "이탈" 을 종가로? 장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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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 파라미터 5개. 각각을 정하는 순간 과최적화가 시작된다
  RSI 는 파라미터가 기간 1개, 문턱 1개였다

내 봇의 RSI 게이트에서 만질 수 있는 값은 둘이다. 기간과 문턱. 그래서 8.9일치 매매기록을 전수로 훑어 45라는 숫자를 뽑을 수 있었다. 플래그는 자유도가 다섯이다. 같은 데이터에 다섯 개를 동시에 맞추면 그건 최적화가 아니다. 과거 위에 곡선을 그려 넣은 것이다.

3시대 모놀리스 시절에 이걸 몸으로 배웠다. 지표를 늘리면 판단이 좋아질 것 같은데, 먼저 늘어나는 건 설정의 복잡도다.


4. 역 헤드 앤 숄더, 이 구간의 주인공

이 글에서 제일 재미있었던 대목이다. 7월 말 폭락과 8월 반등이 완성된 역 헤드 앤 숄더를 만들었다.

삼성전자 역 헤드 앤 숄더

역 헤드 앤 숄더 구성 요소 (실측)
  왼쪽 어깨   7/20 저가  240,000
  머리        7/29 저가  189,200   ← 기간 최저 · 최대 거래량
  오른쪽 어깨 8/11 저가  227,500
  넥라인      7/31 고가  267,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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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파        8/13 종가  268,000   넥라인 위 마감
              8/14 종가  274,500   추가 상승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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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깨 비대칭   왼쪽 240,000 vs 오른쪽 227,500 (5.2% 차이)
  시간 간격     어깨→머리 6봉 · 머리→어깨 8봉 (비교적 대칭)

교과서와 꽤 잘 맞는다. 어깨 높이가 5.2% 차이 나는 정도는 보통 허용 범위로 보고, 시간 간격도 6봉 대 8봉이면 균형이 나쁘지 않다. 머리 자리에서 거래량이 기간 최대였다는 것도 정석대로다. 항복 매물이 쏟아진 자리가 머리라는 게 이 패턴의 논리니까.

계측 목표라는 것

이 패턴에는 목표가를 뽑는 공식이 딸려 있다.

계측 목표(measured move) 계산
  머리 깊이 = 넥라인 − 머리
            = 267,000 − 189,200
            = 77,800
 
  목표      = 넥라인 + 머리 깊이
            = 267,000 + 77,800
            = 34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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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14 종가 274,500 기준 +25.6% 지점
  기간 최고 374,500 대비로는 아직 −7.9%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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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건 예측이 아니라 패턴의 산술이다. 맞을 이유가 없다

이 숫자를 어떻게 대할지가 관건이다. 344,800은 전망이 아니다. 패턴 정의에 딸려 나온 산술일 뿐이라 거기 도달할 근거는 어디에도 없고, 다음 글의 SK하이닉스 사례에서는 이런 목표치가 원 단위로 맞은 다음 곧바로 크게 깨지는 장면까지 나온다.

이런 숫자를 다룰 때 내 기준은 하나다. 검증할 수 있느냐. 손절 −2.5%는 실측 58건을 손절선별로 다시 계산해 기대값 +0.209%를 확인하고 나서 채택했다. 344,800에는 그 절차를 밟을 방법이 없다. 표본이 1건이니까.

코드로 옮길 때의 진짜 난관

역 헤드 앤 숄더를 봇에 넣으려면 어깨부터 찾아야 한다. 어깨는 스윙 저점이고, 스윙 저점의 정의는 이렇다.

스윙 저점 탐지 — k값에 따라 결과가 바뀐다
  정의: 좌우 k봉보다 저가가 낮으면 스윙 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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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3  6/11 · 6/23 · 7/02 · 7/20 · 7/29 · 8/11   6개
       → 7/20, 7/29, 8/11 이 잡힌다 (어깨·머리·어깨)
 
  k를 키우면  어깨가 사라진다
  k를 줄이면  노이즈 저점이 어깨로 잡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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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즉 "패턴이 있다" 는 결론 자체가 k에 종속된다
  k=3 을 고른 근거? 없다. 그게 예쁘게 나와서다

시각적 패턴의 근본 문제가 여기 있다. 패턴을 찾는 파라미터를 내가 고르고, 그 파라미터가 패턴의 존재 여부를 결정한다. RSI는 이러지 않는다. 기간 14로 계산한 값은 누가 돌려도 같다. 문턱을 어디 둘지는 다툴 수 있어도 값 자체는 흔들리지 않는다.

5시대에 앵커드 VWAP을 봇에서 빼낸 이유와 정확히 같은 구조다. 사람이 앵커를 찍으면 강력한데, 앵커를 고르는 규칙을 만드는 순간 그 규칙이 또 하나의 튜닝 대상이 된다. 좋은 지표와 자동화하기 좋은 지표는 다르다.


5. 강세 플래그는 성립하지만 교과서보다 헐겁다

8월 반등 구간에도 플래그가 있다. 정직하게 적자면 교과서보다 헐겁다.

삼성전자 강세 플래그

강세 플래그 · 되돌림 비율 점검
  깃대   7/30 종가 207,000 → 7/31 종가 262,500  (+26.81%)
         깃대 폭 = 55,500
 
  깃발   8/03 종가 239,500 → 8/11 종가 230,000
         8/11 저가 227,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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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되돌림 = (262,500 − 227,500) ÷ 55,500 = 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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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과서는 보통 38~50% 되돌림을 플래그로 본다
  63%면 "깃발" 보다 "조정" 에 가깝다 — 나는 △로 판정했다
 
  돌파   8/12 종가 255,500 → 8/13 268,000 → 8/14 274,500

결과만 보면 돌파했으니 맞은 패턴이다. 그런데 결과로 패턴을 판정하면 아무것도 못 배운다. 되돌림이 63%까지 갔다는 건, 그 자리에서 실시간으로 보고 있었다면 “플래그 깨졌네” 하고 접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사후 판정의 함정이 이렇게 생긴다. 차트를 다 그려놓고 보면 8월 3~11일은 예쁜 눌림이다. 8월 11일 장중에는 그냥 계속 흘러내리는 차트였다.

8/3 ~ 8/11 을 실시간으로 봤다면
  8/03  239,500   전일 262,500 대비 −8.8%
  8/04  240,000
  8/05  246,000   반등하나?
  8/06  230,500   −6.3%
  8/07  231,000
  8/10  230,000   7/31 급등분의 절반 반납
  8/11  239,500   장중 저가 227,500 찍고 마감은 +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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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거래일 연속 하락 압박. "깃발" 이라고 부를 배짱이 있었을까
  8/11 의 아래꼬리(227,500 → 239,500)가 사실상 유일한 신호였다

6. 성립하지 않는 것들이 더 중요하다

패턴 글은 대개 맞은 것만 보여준다. 안 맞은 걸 적어야 기준이 생긴다.

이중 바닥은 아니다

7월 29일 저점과 8월 11일 저점을 나란히 놓으면 이중 바닥이라 부르고 싶어진다. 숫자를 보면 아니다.

이중 바닥 판정
  첫 저점  7/29  189,200
  둘째 저점 8/11  227,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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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이 = (227,500 − 189,200) ÷ 189,200 = +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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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중 바닥은 두 저점이 대체로 3% 이내여야 한다는 게 통설
  20%면 같은 바닥이 아니라 그냥 "더 높은 저점" 이다
  → 이건 이중 바닥이 아니라 역 H&S 의 오른쪽 어깨다

같은 두 점을 놓고 “이중 바닥"이라 부르면 틀리고 “오른쪽 어깨"라 부르면 맞다. 패턴 이름은 데이터가 정해주지 않는다. 내가 고른다. 위험한 성질이다.

컵 앤 핸들도 아니다

컵 앤 핸들은 완만한 U자 바닥 뒤에 작은 손잡이가 붙는 모양이다. 이 구간의 바닥은 U가 아니다.

바닥 모양 판정
  7/27  254,000
  7/28  220,000   −13.39%
  7/29  208,500   저가 189,200
  7/30  207,000
  7/31  262,500   +26.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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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닥 체류 3거래일. 낙하 2일 · 반등 1일
  U자가 아니라 완벽한 V자다 → 컵 앤 핸들 불성립
  V자 바닥은 "축적" 이 없다는 뜻 — 컵의 논리와 정반대

컵 앤 핸들의 논리는 긴 바닥에서 매물이 소화된다는 데 있다. 3일 만에 튀어 오른 바닥에는 소화할 시간이 없었다. 모양이 안 맞으면 논리도 안 맞는다.

정방향 헤드 앤 숄더와 이중 천장도 없다

고점 쪽은 더 간단하다. 6월 19일 374,500이 이 구간의 유일한 봉우리고, 왼쪽 어깨가 될 만한 직전 고점이 없다. 6월 25일 362,500은 봉우리라기보다 하락 도중의 반등이다. 두 번째 봉우리가 없으니 이중 천장도 성립하지 않는다.

다음 글의 SK하이닉스는 여기가 완전히 다르다. 같은 시장, 같은 기간인데 하이닉스에는 교과서적인 이중 천장이 있다. 종목마다 모양이 다르다는 게 패턴 분석의 재미이자 함정이다.


7. 엘리어트 파동은 셀 수는 있는데

목록에 엘리어트가 있으니 이것도 본다. 이 랩에는 이미 엘리어트를 다룬 글이 있고, 그때 결론은 “봇에 넣을 수 없다"였다. 이번 데이터로 다시 확인한다.

하락 5파로 세어보면
  ①  6/19 374,500 → 7/02 종가 286,000
  ②  7/02 → 7/06 종가 318,000        되돌림
  ③  7/06 → 7/20 종가 244,000        가장 긴 파동
  ④  7/20 → 7/23 종가 270,000        되돌림
  ⑤  7/23 → 7/29 저가 189,200        최종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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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럴듯하다. ③이 가장 길다는 규칙도 지켜진다
  문제: 이 파동 구분을 7/29 이전에 할 수 있었나?
  ⑤가 끝났는지 ⑤ 안의 소파동인지는 끝나야 안다

파동 카운팅의 문제는 끝나야 셀 수 있다는 데 있다. ⑤파가 189,200에서 끝났다는 건 지금 뒤돌아보니 아는 것이고, 7월 30일 시점에는 ⑤파가 더 이어질지, ⑥파라는 건 없으니 여기서 반등할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이 랩의 판정은 그대로다. 엘리어트는 해석 도구지 신호 도구가 못 된다. 봇에게 물어볼 수 있는 건 “지금이 몇 파인가” 같은 질문이 아니다. “지금 RSI가 45 이하인가” 정도다.


8. 낙폭 곡선과 항복의 흔적

패턴에서 잠깐 떨어져서 이 구간의 성격을 두 장으로 본다.

기간 최고가 대비 낙폭

기간 최고가를 0%로 놓고 종가를 환산한 그림이다. 삼성전자는 −47.9%까지 갔다가 −26.7%로 올라왔다. SK하이닉스는 더 깊이 갔다가 덜 올라왔다. 같은 사이클을 지났는데 진폭이 다르다.

거래량과 등락률의 관계

개인적으로는 이 산점도가 제일 실용적이었다. 가로축이 거래량, 세로축이 등락률인데 평균 거래량 오른쪽에 큰 하락과 큰 반등이 같이 몰려 있다.

거래량 상위 4일의 등락률
  7/29  61,720,190주   −5.23%   저가 189,200 (기간 최저)
  7/31  57,878,850주   +26.81%  최대 상승일
  7/30  46,149,140주   −0.72%
  6/24  47,809,959주   +9.84%
  --------------------------------------------------
  기간 평균 거래량  30,236,517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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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닥과 최대 반등이 거래량 1·2위 날에 함께 있었다
  다만 이건 사후 관찰이다 — 7/29 당시엔 그냥 폭락일이었다

“거래량 터진 날이 바닥"이라는 말은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한다. 여기서는 맞았다. 그런데 7월 28일에도 4,035만 주가 터졌고 그날은 바닥이 아니었다. 거래량 급증은 전환의 필요조건일 수는 있어도 충분조건이 못 된다.

내 봇이 거래량을 게이트로 쓰는 방식이 소극적인 이유가 이건데, “거래량이 터지면 산다"로는 안 쓰고 “거래량이 너무 없으면 안 산다” 쪽으로만 쓴다. 사도 못 파는 종목을 걸러내는 용도지 신호가 아니다.


9. 그래서 봇에 넣을 것인가

정리하면 이렇다.

시각적 패턴 vs 계산 지표 — 자동화 관점
                       차트 패턴            계산 지표(RSI 등)
  값의 객관성          탐지 파라미터 종속     누가 계산해도 동일
  자유 파라미터        4~6개                1~2개
  실시간 판정          완성돼야 안다         매 봉 계산 가능
  검증 가능성          표본이 극히 적다      전 구간 재계산 가능
  사후 편향            매우 큼              작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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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론: 패턴은 읽는 데 쓰고, 규칙은 계산 지표로 만든다

안 넣는다. 버리지도 않는다.

차트 패턴이 쓸모없다는 얘기는 아니다. 이 구간을 패턴 언어로 읽으니 “7월 말에 항복이 나왔고 8월에 어깨를 만들며 넥라인을 넘었다"는 서술이 가능해졌고, 이건 “RSI가 30 아래로 갔다가 50을 회복했다"보다 훨씬 많은 걸 담는 문장이다.

관건은 그 서술을 사전에 할 수 있느냐다. 못 한다. 그래서 패턴은 사후 복기와 시장 이해 쪽에 두고, 진입 규칙은 계산 가능한 지표로 만든다. 역할을 나누는 것이다.

4시대 병렬 실험기에서 배운 게 이거였다. 좋은 아이디어 두 개를 한 계좌에 넣으면 둘 다 나빠질 수 있다. 한 봇은 한 성격만. 패턴 인식과 게이트 판정은 성격이 다른 일이고, 섞으면 어느 쪽이 틀렸는지 알 수 없게 된다.


10. 오늘 남는 것

첫째, 안 맞는 패턴을 세는 편이 맞는 패턴을 찾는 것보다 유용하다. 아홉 개 중 다섯은 없었다. 이 비율을 알고 나면 “차트에 패턴이 보인다"는 말이 얼마나 헐거운지 감이 온다.

둘째, 패턴이 있냐 없냐가 탐지 파라미터에 달렸다면 그건 관찰이 아니다. 선택이다. k=3으로 스윙을 잡으니 어깨가 셋 나왔다. k를 바꾸면 결론이 바뀐다. 값 자체가 객관적인 지표와는 다른 종류의 물건이다.

셋째, 계측 목표는 예측이 아니다. 패턴 정의에 딸린 산술이다. 344,800에 근거가 있다고 믿는 순간 위험해진다. 다음 글에서 이 숫자가 정확히 맞았다가 곧바로 크게 깨지는 실제 사례를 보게 된다.

시장이 틀린 게 아니라 사람이 틀린 거라는 제시 리버모어의 말을 차트 패턴 쪽으로 옮기면 이렇게 된다. 틀린 쪽은 패턴이 아니다. 패턴을 찾는 기준을 내가 정했다는 사실을 잊은 쪽이 틀렸다.


가격은 stockanalysis.com 일봉을 2026-08-14에 받아 적었고, 지수 수치의 출처는 본문에 달았다. 추천은 없다.


약어 풀이

* 이 글에 나온 영어 약어를 풀어 둔다.

  • RSI (Relative Strength Index): 상대강도지수. 일정 기간 평균 상승폭과 평균 하락폭의 비율을 0~100 으로 나타내 과매수·과매도를 재는 모멘텀 오실레이터.
  • VWAP (Volume Weighted Average Price): 거래량가중평균가격. 체결가를 거래량으로 가중해 평균한 값. 앵커드 VWAP 은 특정 시점을 기준으로 누적한다.
  • H&S (Head and Shoulders): 헤드앤숄더. 왼어깨·머리·오른어깨 세 봉우리로 이뤄진 천장형 반전 패턴. 뒤집힌 것이 역헤드앤숄더(바닥형).
  • ETF (Exchange Traded Fund): 상장지수펀드. 지수를 따라가도록 만들어 거래소에 상장한 펀드.
  • ADR (American Depositary Receipt): 미국주식예탁증서. 해외 기업 주식을 미국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게 만든 증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