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무엇을 재지 않는가

크립토 스터디 열 번째 편이다. 이번에 뽑힌 조합은 레오 토큰(LEO)과 트레이딩뷰 기본 내장 전략인 모멘텀 전략(Momentum Strategy)이다. 먼저 밝혀둘 게 있다. 이 글에는 레오 토큰의 가격도, 모멘텀 전략을 레오 토큰에 돌렸을 때의 승률이나 수익률도 나오지 않는다. 업비트도 코인게코도 바이낸스도 열어보지 않았다. 이번 편은 시세를 받아 성과를 검증한 글이 아니라 규칙 자체를 해부한 글이다. 승률을 적지 않은 이유도 그래서다.

이유는 단순하다. 없는 숫자를 지어내느니 아예 안 쓰는 게 낫다고 판단해서다. “모멘텀 전략을 레오 토큰에 적용하면 승률이 몇 퍼센트다” 같은 문장은 실제로 백테스트를 돌리지 않고는 쓸 수 없다. 그걸 감으로 채우면 이 시리즈 전체가 신뢰를 잃는다. 대신 이 글이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다. 모멘텀 전략이라는 규칙이 정확히 뭘 계산하고 뭘 놓치는지 뜯어보고, 그 규칙을 레오 토큰이라는 성격이 뚜렷한 코인 위에 얹었을 때 어떤 마찰이 생기는지 생각해보는 것이다.

모멘텀 전략, 두 줄로 끝나는 규칙

트레이딩뷰 전략 템플릿 목록을 열어보면 모멘텀 전략이라는 기본 제공 스크립트가 있다. 코드를 열어보면 놀랄 정도로 짧다. 핵심 로직을 조건문으로 옮기면 이렇게 된다.

mom = close - close[length]

if mom crosses above 0:
    청산 없이 롱 진입 (기존 숏이 있으면 반전)

if mom crosses below 0:
    청산 없이 숏 진입 (기존 롱이 있으면 반전)

length 의 기본값은 12다. close 는 현재 봉의 종가, close[length] 는 12봉 전 종가다. 이걸 그대로 빼면 모멘텀 값이 나온다. 아래 그림이 이 계산을 그대로 옮긴 모식도다.

모멘텀 계산식 모식도

수식만 보면 별거 아니다. 그런데 이 두 줄이 재는 건 딱 하나, 방향이 바뀌었느냐뿐이다. 상승폭이 큰지 작은지, 그 상승이 12봉 내내 꾸준했는지 막판 한 봉에 몰렸는지는 이 식만으로는 구분이 안 된다. 봉 12개 전보다 지금이 높으면 무조건 양수, 낮으면 무조건 음수다. 극단적으로 11봉 연속 하락하다 마지막 한 봉에서 크게 반등해서 12봉 전 종가를 넘기면 모멘텀은 양수로 찍힌다. 추세를 잰다기보다는 기준점 대비 위치를 잰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length 를 왜 12로 쓰는가

트레이딩뷰가 기본값으로 12를 박아둔 데는 관성적인 이유가 크다. 12는 월봉 기준 1년, 일봉 기준 약 2주 반, MACD 의 느린 이동평균과 같은 자릿수라 전통적으로 “중기” 를 나타내는 숫자로 굳어졌다. 그런데 이 숫자는 애초에 주식 일봉을 염두에 두고 굳어진 관성이지, 크립토 4시간봉이나 1시간봉에서 12가 왜 적절한지에 대한 근거는 아니다. 봉 하나의 시간 단위가 달라지면 같은 length=12 라도 실제로 재는 시간 폭이 통째로 달라진다. 일봉이면 12봉은 약 2주 반이고, 1시간봉이면 반나절이다. 파라미터 숫자를 그대로 옮겨 쓰는 게 얼마나 무의미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length 를 바꾸면 신호 빈도 자체가 달라진다. 짧게 잡으면 0선을 자주 넘나들고, 길게 잡으면 완만해지면서 교차 횟수가 줄어든다. 아래 모식도에서 세 개 곡선의 굴곡 차이를 보면 감이 온다.

length 파라미터에 따른 모멘텀 곡선 비교

이 그림에서 재는 건 “어느 length 가 더 잘 맞냐” 가 아니다(그건 시세 없이 답할 수 없다). 재는 건 같은 규칙이라도 파라미터 하나로 신호 성격 자체가 바뀐다는 사실뿐이다. length=4 는 자잘한 굴곡에도 반응해서 교차가 잦고, length=25 는 큰 흐름이 바뀔 때만 반응한다. 어느 쪽이 “맞다"가 아니라 어느 쪽이 내가 원하는 신호 밀도에 가까운지의 문제다.

진입은 있는데 청산이 없다

이 전략에서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청산 조건이 아예 없다는 점이다. strategy.entry 로 롱을 넣는 조건과 숏을 넣는 조건만 있고, “이 조건이 되면 포지션을 접어라” 는 규칙이 없다. 대신 반대 방향 진입 신호가 뜨면 기존 포지션이 자동으로 반전된다. 롱을 들고 있다가 모멘텀이 0선 아래로 내려가면 롱이 청산되면서 동시에 숏이 새로 잡힌다.

말로 하면 별 차이 없어 보이지만 실전에서는 큰 차이다. 손절도 익절도 없다는 뜻이다. 포지션은 한 번 진입하면 반대 신호가 뜰 때까지 무조건 시장에 남아있다. 아래 그림처럼 현금(포지션 없음) 구간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포지션이 항상 시장에 남아있는 모습

이게 왜 문제가 될 수 있느냐면, 모멘텀이 0선 근처에서 오르락내리락하는 횡보 구간에서는 반전이 짧은 간격으로 여러 번 일어날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아래 그림의 가운데 구간처럼 0선을 여러 번 스치는 구간에서는 롱-숏-롱이 짧은 간격으로 반복된다. 청산 규칙이 없다는 건 이런 구간에서 손실을 미리 끊을 방법이 이 전략 자체에는 없다는 뜻이다. 손절을 넣고 싶으면 이 두 줄 바깥에 별도로 얹어야 한다.

모멘텀 부호 전환에 따른 진입 신호

거꾸로 보면 파라미터가 length 하나뿐이라는 것도 이 전략의 특징이다. 익절 폭, 손절 폭, 트레일링 스탑 같은 걸 조절할 손잡이가 아예 없으니 과최적화할 대상 자체가 별로 없다. 백테스트 성과를 좋게 만들려고 숫자를 이리저리 끼워맞출 여지가 애초에 좁다는 뜻이다. 규칙이 단순해서 얻는 이점과, 청산을 손보지 못해서 생기는 리스크가 같은 자리에 묶여 있는 셈이다.

레오 토큰이라는 무대

레오 토큰은 비트파이넥스·테더의 모회사인 아이파이넥스(iFinex)가 2019년에 발행한 거래소 토큰이다. 성격상 도지코인 같은 밈코인이나 솔라나 같은 레이어1과는 완전히 다른 범주에 속한다. 레오는 거래소 실적과 직접 연결된 토큰이다. 백서에 발행사가 수익 일부와 회수 자금을 활용해 정기적으로 토큰을 사들여 소각하는 바이백 정책을 명시해뒀다. 즉 이 토큰의 가격 논리에는 차트에 안 보이는 변수, 거래소의 거래대금·수수료 수익·소각 집행 여부 같은 것들이 섞여 들어간다.

모멘텀 전략처럼 순수하게 가격 흐름만 보는 규칙 입장에서 이건 골치 아픈 변수다. 소각 공지나 거래소 관련 뉴스가 뜨는 날에는 12봉 전 종가와 지금 종가의 차이가 추세와 무관하게 확 벌어질 수 있다. 그 갭이 모멘텀 부호를 순간적으로 뒤집으면, 규칙은 그걸 “추세 전환” 으로 읽고 반전 진입을 낸다. 실제로는 뉴스 한 건에 의한 일회성 점프인데도 말이다. 확산 속도가 빠른 밈코인의 반전과는 결이 다르지만, 가격에 안 보이는 이벤트가 규칙을 흔든다는 점은 비슷하다.

레오는 상장 거래소도 제한적이다. 국내 원화 마켓 상장 여부처럼 구체적인 사실은 계속 바뀔 수 있어 이 글에서 단정하지 않는다. 다만 상장 거래소가 적다는 것 자체가 유동성이 얕다는 뜻이고, 유동성이 얕은 자산일수록 같은 규모의 매수·매도 한 건이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커진다. 모멘텀처럼 절대 가격 차이(뺄셈)로 계산하는 지표는 이런 자산에서 그 차이 값 자체가 거래량이 얇은 순간의 호가 몇 개로 결정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크립토 시장 특유의 함정 — 현물엔 공매도가 없다

이 규칙을 코인에 그대로 옮길 때 가장 먼저 걸리는 문제는 따로 있다. 모멘텀 전략은 모멘텀이 0선 아래로 내려가면 숏을 진입으로 낸다. 주식이든 코인이든 선물·마진 거래가 가능한 환경에서는 이게 그대로 실행된다. 그런데 현물(스팟) 거래소 계좌만 갖고 있다면 얘기가 다르다. 현물에는 공매도 개념이 없다. 갖고 있지 않은 코인을 먼저 팔고 나중에 사서 갚는 구조 자체가 현물 지갑에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 전략을 현물 계좌에 그대로 얹으면 숏 신호를 진입으로 못 쓴다. 실전에서 흔히 하는 타협은 두 가지다. 하나는 숏 신호를 “보유 코인을 전량 매도하고 현금으로 대기” 로 바꿔 쓰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숏 신호를 아예 무시하고 롱 신호만 따르는 것이다. 둘 다 원래 규칙과는 다른 규칙이 된다. 전자는 최소한 반전의 방향성은 살리지만 숏 구간의 수익 기회는 포기하는 셈이고, 후자는 아예 절반짜리 전략이 된다. 이 차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모멘텀 전략을 코인에 그대로 적용했다” 고 말하면 실제로 돌리는 규칙과 이름이 가리키는 규칙이 어긋난다.

덧붙여 크립토는 24시간 쉬지 않고 열려 있다는 것도 짚어둘 만하다. 하루 봉의 경계가 거래소 설정값일 뿐이라서, 업비트는 자정(KST) 기준으로 봉을 끊고 해외 거래소 상당수는 자정(UTC) 기준으로 끊는다. 아홉 시간 차이다. 같은 코인이라도 어느 거래소 데이터로 일봉을 그리느냐에 따라 그날의 종가가 달라지고, close - close[length] 로 계산하는 모멘텀 값도 거래소마다 미묘하게 어긋날 수 있다. 주식은 정규장 마감 시각이 고정돼 있어 이런 문제 자체가 없는데, 코인은 애초에 “장 마감” 이라는 개념이 없어서 생기는 함정이다.

내 봇에 넣을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이 형태 그대로는 넣지 않는다. 이유는 셋이다. 첫째, 청산 규칙이 없다는 점이 내 봇의 리스크 게이트와 정면으로 충돌한다. 내 봇은 포지션마다 최대 손실 폭을 정해두고 그 선을 넘으면 무조건 청산하는 구조를 전제로 돌아간다. 반대 신호가 뜰 때까지 무조건 버티는 규칙은 이 전제를 깬다. 둘째, 숏 신호를 현물에서 처리할 방법이 애매하다. 앞서 짚은 두 가지 타협안 중 뭘 골라도 원래 규칙에서 벗어난 별개의 전략이 되므로, 그건 “모멘텀 전략을 썼다” 고 부르기 어렵다. 셋째, 레오 토큰처럼 거래소 실적·소각 이슈가 섞이는 자산에서는 가격 차이만 보는 규칙이 뉴스성 점프에 취약하다.

버리지 않고 남겨두는 부분도 있다. mom = close - close[length] 라는 계산 자체는 이해하기 쉽고 계산 비용이 거의 없다. 다른 지표의 보조 필터로, 이를테면 “장기 추세 방향과 모멘텀 부호가 같은 쪽일 때만 진입 허용” 같은 형태로 쓸 여지는 남아 있다고 본다. 다만 그건 이 전략 자체를 쓰는 게 아니라 이 전략의 부품 하나만 떼어 다른 구조에 끼워 넣는 것이다. 넣지 않기로 한 결론이지만 이유를 남겨두는 건, 나중에 파라미터나 필터 조합이 바뀌었을 때 왜 처음에 뺐는지 다시 확인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결론

모멘텀 전략은 이름과 달리 추세의 강도를 재지 않는다. 12봉 전과 지금의 종가 차이가 양수인지 음수인지, 그것 하나만 본다. 청산 규칙 없이 반전만 있는 구조는 파라미터를 늘릴 여지가 적어 과최적화에서는 자유롭지만, 손절이 빠진 채로 시장에 항상 남아있는다는 리스크를 그대로 떠안는다. 레오 토큰 같은 거래소 토큰 위에 얹으면 소각·실적 뉴스에 따른 가격 점프가 이 단순한 뺄셈 식을 흔들 수 있고, 현물 계좌에서는 숏 신호를 그대로 실행할 방법조차 없다. 이 글은 레오 토큰의 실제 가격 흐름을 검증한 게 아니라 규칙의 구조만 뜯어본 것이므로, 여기 적힌 어떤 내용도 투자 판단의 근거로 삼지 않길 바란다. 이 글은 투자 권유가 아니다.

약어 풀이

  • LEO (LEO Token) — 비트파이넥스·테더의 모회사 아이파이넥스가 발행한 거래소 토큰.
  • KST (Korea Standard Time) — 한국 표준시, UTC+9.
  • UTC (Coordinated Universal Time) — 협정 세계시. 대다수 해외 거래소가 하루 봉 경계 기준으로 쓴다.
  • MACD (Moving Average Convergence Divergence) — 이동평균수렴확산지수. 단기·장기 이동평균의 차이로 추세 전환을 재는 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