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Hull MA, 왜 대한항공인가
이동평균의 원죄는 지연이다. 평균이라는 조작 자체가 과거를 끌고 오기 때문에, 부드러움을 얻는 만큼 반드시 늦는다. 앨런 헐은 2005년에 이 트레이드오프를 우회하는 트릭을 내놨다. 절반 기간의 가중이동평균을 두 배로 키우고 전체 기간의 가중이동평균을 빼서 “미래로 기울어진” 중간값을 만든 뒤, 그것을 다시 √N 기간으로 살짝만 눌러 매끈함을 회복하는 것이다. 결과물은 가격에 바짝 붙으면서도 곡선이 매끄러운, 언뜻 모순 같은 이동평균이다.
대한항공을 고른 건 V자가 두 번 나온 차트라서다. 6월 8일 23,650원 저점에서 6월 15일 31,200원까지 튀었다가 7월에 25,000원대로 되밀렸고, 8월 하순부터 다시 29,000원대를 회복했다. 구간 누적 +6.19%. 꺾임이 많은 차트에서 “빠른 이동평균"이 정말 빠른지, 빠름의 값은 얼마인지 재기 좋다.
종목 대한항공(003490)
구간 2026-05-26 ~ 2026-09-18 (81거래일)
출처 KIS OpenAPI, KRX 일봉
최고가 31,200원 (2026-06-15)
최저가 23,650원 (2026-06-08)
고저폭 저가 대비 31.9%
시작종가 27,450원 (2026-05-26)
종료종가 29,150원 (2026-09-18, 구간 누적 +6.19%)
이 글은 투자 권유가 아니다. 계산과 검증 과정을 남기는 기록이다.
지표를 뜯어본다: 계산식과 파라미터
WMA(n) 가중이동평균. 최근 값에 n, 그 전에 n-1 ... 의 가중치
중간값 2 x WMA(n/2) - WMA(n)
HMA(n) 중간값의 WMA(√n) 이번 글은 n=9, √9=3핵심은 두 번째 줄이다. 절반 기간 평균을 두 배 하고 전체 기간 평균을 빼면, 최근 가격의 비중이 1을 넘어서는 외삽이 일어난다. 가격이 가던 방향으로 평균을 밀어 보내는 셈이라 지연이 준다. 실제로 이번 데이터에서 종가와의 평균 이탈은 HMA(9)가 622원, 같은 기간 SMA(9)가 950원이었다. 지연이 3분의 2로 준 것이다. 다만 외삽은 공짜가 아니어서, 가격이 방향을 바꾸면 평균이 관성으로 오버슈트한 만큼 더 크게 꺾인다.
신호 규칙은 HMA를 쓰는 사람들이 가장 흔히 쓰는 기울기 전환으로 했다. HMA가 내려가다 올라서면 상승 전환, 올라가다 내려서면 하락 전환. 다음 반대 전환까지의 종가 변화로 판정했다.
실측: 기울기가 열다섯 번 뒤집혔다

81거래일 동안 전환이 15번, 평균 5.4거래일에 한 번이다. 집계와 주요 장면만 추린다.
전체 15건 = 맞음 5 / 틀림 9 / 미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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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08-21 상승 25,800원 → +12.02% (9월 회복 랠리 전체)
최악 06-25 상승 29,100원 → -4.47% (6월 V자 꼭대기)
밀집 06-19 ~ 07-08 사이 5건 연속 틀림성적은 맞음 5, 틀림 9다. 6월 중순부터 7월 초까지가 최악이었다. V자 반등의 꼭대기 부근에서 가격이 요동치자 외삽된 평균이 이틀 사흘 간격으로 방향을 뒤집었고, 다섯 번 연속으로 틀렸다. 6월 25일 상승 전환은 29,100원, 사실상 그 국면의 천장에서 나왔다. 지연을 없앤 평균은 천장도 남들보다 빨리, 그리고 자주 두드렸다.
반대로 8월 21일의 상승 전환은 이 지표가 왜 아직도 인기 있는지 보여준다. 25,800원에서 잡힌 이 신호는 다음 하락 전환이 나온 9월 2일까지 +12.02%를 통째로 탔다. 추세가 실제로 시작되는 순간에는, 바짝 붙어 있던 평균이 누구보다 먼저 돌아선다. 문제는 그 “실제 추세"가 15번 중 몇 번이냐는 것뿐이다.
기간을 바꾸면 신호가 얼마나 달라지나
기간을 9, 16, 25로 바꿔 전환 횟수를 세어 봤다. √n이 정수가 되는 값들이다.

9일에서 15번, 16일에서 8번, 25일에서 5번이다. 기간을 늘리면 전환이 줄고 곡선은 순해지지만, HMA(25)쯤 되면 애초에 이 지표를 고른 이유였던 기민함이 사라진다. 8월 21일 같은 바닥 전환도 며칠 늦게 잡힌다. 빠르고 싶어서 HMA를 골랐는데 소음이 싫어서 기간을 늘린다면, 그냥 EMA를 쓰는 것과 무엇이 다른지 자문하게 되는 지점이다.
봇 게이트에 넣을 것인가
기울기 전환 단독 트리거는 5승 9패로 탈락이다. 하지만 이 지표의 본질은 신호 생성기가 아니라 “지연이 작은 기준선"이다. 쓸 자리는 거기다. 현재가가 HMA 위인지 아래인지로 단기 국면을 판정하거나, 청산 쪽에서 트레일링 기준선으로 삼는 용도다. 평균 이탈 622원짜리 선은 950원짜리 선보다 추세 붕괴를 하루 이틀 먼저 알린다. 진입은 다른 근거로 하되 나올 때 HMA를 보는 조합이, 이번 데이터가 허락하는 최선의 자리로 보인다.
남는 것
이번 구간에서 남길 건 두 가지다. 첫째, 지연과 소음은 회계 항목이다. 지연을 3분의 2로 줄였더니 전환 15회라는 소음이 청구됐다. 공학이 트레이드오프를 옮길 수는 있어도 없애지는 못한다. 둘째, 같은 지표가 횡보에서 5연속 오답을, 추세에서 +12.02% 정답을 냈다. 지표의 성적은 지표가 아니라 국면이 정한다는, 이 시리즈에서 반복해 확인하는 결론이 여기서도 유효했다. 알파벳 순서로 여기까지 온 N 시리즈의 다음 글자들에서도 아마 같은 문장을 다시 쓰게 될 것이다.
이 글에 실린 수치는 전부 수집한 일봉과 거기서 직접 계산한 값이다. 매매 판단의 근거로 쓰지 말 것.
약어 풀이
- 이 글에 나온 영어 약어를 풀어 둔다.
- HMA (Hull Moving Average): 헐 이동평균. 가중이동평균의 외삽으로 지연을 줄인 이동평균.
- WMA (Weighted Moving Average): 가중이동평균. 최근 값일수록 큰 가중치를 주는 평균.
- SMA (Simple Moving Average): 단순이동평균. / EMA (Exponential Moving Average): 지수이동평균.
- KRX (Korea Exchange): 한국거래소.
- KIS (Korea Investment & Securities): 한국투자증권. 이 글의 일봉 데이터 출처인 OpenAPI 제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