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룬(Aroon)은 가격이 얼마나 움직였는지를 재지 않는다. 대신 가장 최근의 고점·저점이 언제 나왔는지를 잰다. 정해진 기간 안에서 최고가가 나온 지 며칠이 지났는지를 Aroon Up으로, 최저가가 나온 지 며칠이 지났는지를 Aroon Down으로 바꿔 0~100 사이 숫자로 만든다. 최근에 신고가가 나왔으면 Up이 100에 붙고, 신고가가 오래됐으면 Up이 흘러내린다. 가격 변동폭을 재는 지표들과 달리 순전히 시간만 잰다는 점이 특이하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 지표를 시험하기 좋은 재료였다. 6월 17일 1,264,000원 고점을 찍은 뒤 7월 29일 783,000원까지 38.05% 밀렸고, 그 뒤 8월 20일 1,177,000원까지 다시 올라왔다. 고점, 급락, 저점, 반등이 50거래일 안에 다 들어 있다. 시간만 재는 지표가 이런 급격한 방향 전환을 얼마나 빨리, 또 얼마나 정확하게 잡아내는지 보기에 알맞은 구간이다.
종목 한화에어로스페이스 (012450)
구간 2026-06-10 ~ 2026-08-20 (50거래일, 마지막 봉은 장중 스냅샷)
출처 stockanalysis.com (KRX)
최고가 1,264,000원 (06/17)
최저가 783,000원 (07/29)
낙폭 -38.05% (고점 대비 저점)
시작종가 1,031,000원 (06/10)
현재가 1,177,000원 (08/20, 장중)
기간등락 +14.16%이 글은 투자 권유가 아니다. 아래 모든 수치는 수집한 일봉을 직접 계산한 결과이고, 매매 판단의 책임은 각자에게 있다.
8월 20일 봉은 거래량 1,408주로 직전 20거래일 평균 208,236주에 한참 못 미친다. 장중 스냅샷이라 세션이 끝나지 않은 채 잡힌 값이라서다. 이 봉의 거래량으로는 아무 주장도 하지 않았고, 종가·고가·저가만 참고했다.
데이터 출처 페이지는 50거래일 단위로 페이지가 나뉘어 있고, 이번 수집 환경에서는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는 조작이 되지 않아 최근 50거래일까지만 받았다. 60거래일을 채우지 못한 점을 밝혀둔다.
계산식과 파라미터
아룬을 만든 사람은 웰스 와일더가 아니다. 1995년 투샤 찬드가 따로 발표했다. 계산은 두 줄로 끝난다.
Aroon Up = (기간 - 최고가 이후 경과봉수) / 기간 × 100
Aroon Down = (기간 - 최저가 이후 경과봉수) / 기간 × 100
경과봉수 직전 N개 봉 구간 안에서 최고가·최저가가 나온 시점부터
오늘까지 지난 봉의 개수 (오늘이 최고가면 0)기간(N)은 14로 골랐다. TradingView 기본값이자 가장 널리 쓰이는 설정이라 다른 글·다른 트레이더의 아룬 값과 바로 비교할 수 있다는 게 이유다. 14봉이면 3주 가까운 창이라 코스피 종목의 단기 되돌림에는 다소 둔감하고, 이번처럼 한 달 넘게 이어지는 추세 전환에는 반응한다. 50거래일 데이터에서 처음 14개는 예열 구간이라 값이 없고, 유효 아룬 값은 6월 30일부터 36개만 나온다. 이 글의 모든 신호와 통계는 이 36개 구간 안에서만 뽑았다.

실제 값과 신호

신호는 두 종류로 나눠 봤다. 하나는 표준적인 크로스오버(Up이 Down을 위로 뚫으면 매수, 아래로 뚫으면 매도)고, 다른 하나는 70선 돌파(Up 또는 Down이 70을 넘으면 그 방향 추세가 강해졌다는 확인 신호)다. 신호가 발생한 5거래일 뒤 종가로 방향이 맞았는지 판정했다.
07/02 매도(Down 85.7) 1,116,000 → 07/09 953,000 -14.61% 적중
08/06 매수(Up 100.0) 1,054,000 → 08/13 1,185,000 +12.43% 적중크로스오버는 이번 구간에서 딱 두 번 나왔고 둘 다 맞았다. 표본이 두 개뿐이라 이걸로 “아룬 크로스오버는 잘 맞는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래서 70선 돌파까지 넓혀 봤다.
07/02 Down 70 돌파 1,116,000 → 07/09 953,000 -14.61% 적중
07/09 Up 70 돌파 953,000 → 07/16 943,000 -1.05% 실패
07/09 Down 70 돌파 953,000 → 07/16 943,000 -1.05% 적중
07/29 Down 70 돌파 810,000 → 08/05 1,007,000 +24.32% 실패
08/06 Up 70 돌파 1,054,000 → 08/13 1,185,000 +12.43% 적중
70선 돌파는 5건 중 3건 적중, 2건 실패다. 실패 두 건이 이 시리즈가 매번 강조하는 부분이다. 7월 9일은 Up이 70을 넘는 동시에 Down도 100을 찍은 애매한 구간이었다. 신고가·신저가가 같은 창 안에 함께 있었다는 뜻이라 추세 신호로서 신뢰도가 낮았고, 실제로 5거래일 뒤 가격은 거의 그대로였다. 7월 2일과 8월 6일 신호는 크로스오버와 정확히 같은 날 겹쳤다. 우연은 아니다. 이 구간에서 방향 전환이 급격해서 Up·Down이 동시에 70선과 0/100 근처를 오갔기 때문이다.
가장 뼈아픈 실패는 7월 29일이다. 이날 Aroon Up은 0.0, Down은 100.0으로 찍혔다. 지난 14봉 안에서 최저가가 바로 오늘 나왔다는 뜻이라 지표로서는 가장 강한 하락 확인 신호였다. 그런데 7월 29일 783,000원은 이번 구간의 최저점이었다. 아룬이 “하락이 가장 강하다"고 말한 바로 그날이 반등의 시작점이었던 셈이고, 5거래일 뒤 가격은 오히려 24.32% 뛰었다. 시간만 재는 지표의 약점이 여기서 드러난다. 아룬은 최근 극값이 언제 나왔는지는 알아도 그 극값 자체가 추세의 끝인지 시작인지는 구분하지 못한다.
흐름을 따라가 보면
숫자만 보면 지표가 낯설게 느껴지니 날짜를 따라가 본다. 6월 30일 Up 35.7, Down 7.1로 시작해서 7월 초까지는 Up이 우세했다. 6월 17일 고점이 아직 14봉 창 안에 있었기 때문이다. 7월 2일 그 고점이 창 밖으로 밀려나면서 Up이 21.4로 꺾이고 Down이 85.7로 뛰었다. 이때부터 7월 29일까지 거의 4주 내내 Down이 Up을 눌렀다. 다만 이 구간이 한 방향으로 매끈하게 흐른 건 아니다. 7월 9일에는 Up도 78.6까지 튀어 올랐는데, 7월 8일 1,041,000원이던 종가가 7월 9일 953,000원으로 급락하면서 그 급락 자체가 14봉 창 안의 새로운 저점 겸 단기 변동성으로 잡혀 Up과 Down이 동시에 높은 값을 찍는 드문 구간이 됐다.
7월 29일 Up 0.0, Down 100.0을 찍은 뒤가 흥미롭다. 바로 다음 날인 7월 30일에도 Down은 92.9로 여전히 높았지만, 7월 31일 Up이 0에서 64.3으로 단숨에 뛰었다. 이날 종가 917,000원은 저점 783,000원 대비 17% 오른 자리였는데, 아룬 입장에서는 “14봉 안에서 최근 며칠 사이 새로운 고점 후보가 생겼다"는 신호였다. 그런데도 Down이 85.7로 여전히 Up보다 높아서 크로스오버 조건은 충족하지 못했다. 크로스오버만 보고 있었다면 이 반등의 초입을 완전히 놓쳤을 거라는 뜻이다. 8월 6일에야 Up이 100.0을 찍으며 Down 57.1을 넘어섰고, 이 시점부터 8월 20일까지 Up은 85.7에서 100 사이를 지켰다. Down은 8월 6일 57.1에서 시작해 8월 19일 0까지 거의 매일 내려가며 상승 추세를 계속 확인해줬다.
파라미터를 바꾸면

기간을 14에서 25로 늘려보면 크로스오버가 2건에서 1건으로 줄어든다. 그마저도 발생 시점이 다르다. period=14는 8월 6일에 매수 크로스오버를 냈지만, period=25는 영업일로 나흘 늦은 8월 12일에야 같은 방향으로 돌았다. 창을 넓히면 잡음은 줄지만 반응은 그만큼 느려진다. 7월 초 급락 국면에서는 period=25가 아예 매도 크로스오버를 만들지 않았는데, 이는 25봉 창 안에서 최저가가 계속 최근값으로 갱신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짧은 구간의 낙폭에는 긴 기간의 아룬이 둔감하다는 뜻이라, 어느 쪽이 낫다기보다 어떤 국면을 잡고 싶은지에 따라 선택이 갈린다.
봇 게이트에 넣을 것인가
이번 결과만 보면 넣지 않는 쪽이다. 크로스오버는 표본이 너무 적어 신뢰 구간을 말할 수 없고, 70선 돌파는 5건 중 2건이 틀렸는데 그 2건 중 하나가 하필 최대 낙폭 저점이었다. 추세추종 지표가 가장 크게 흔들리는 지점에서 신호를 낸다는 건 손절과 진입을 동시에 잘못 걸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완전히 버리기도 아깝다. Up과 Down이 동시에 극단값을 찍는 구간, 즉 이번 7월 9일 같은 경우를 “판단 보류” 필터로 쓰면 방향성 판단이 애매한 날을 걸러내는 용도로는 쓸모가 있어 보인다. 단독 매매 신호보다는 다른 지표의 확인 용도로 남겨두는 게 지금 데이터로는 맞는 선택이다. 거래량이 실린 날의 신호만 채택하는 식의 필터를 얹으면 애매한 구간을 더 걸러낼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이번 50거래일만으로는 그 필터의 효과까지 확인하기엔 표본이 부족하다.
남기는 것
이번 구간에서 남길 건 두 가지다. 첫째, 크로스오버와 70선 돌파가 같은 날 겹친 두 번 모두 적중했다. 두 신호가 동시에 뜨는 날은 방향에 무게가 실린다는 뜻일 수 있는데, 표본이 둘뿐이라 다음 종목에서 다시 확인해야 할 가설로 남겨둔다. 둘째, 시간만 재는 지표는 되돌림의 끝을 모른다. 최근 14봉 안에서 극값이 나왔다는 사실과 그 극값이 추세의 반전점이라는 사실은 다른 이야기인데, 7월 29일이 정확히 그 둘을 헷갈리게 만든 날이었다.
에드 세이코타는 “추세는 꺾이기 전까지만 친구다"라는 말을 남겼다. 아룬이 재는 건 꺾이는 순간 자체가 아니다. 꺾이기 직전까지 한 방향이 얼마나 오래 이어졌는지, 그 지속 시간을 잴 뿐이다. 이 둘을 헷갈리면 저점에서 매도 신호를 붙잡고 있게 된다.
다음에는 신호 판정 기준일을 5거래일이 아니라 10거래일로 늘렸을 때 7월 29일 실패가 그대로 실패로 남는지, 아니면 판정 구간을 늘리면 오히려 맞는 신호로 바뀌는지 확인이 필요하다. 이번 글에서는 다루지 않았다.
약어 풀이
* 이 글에 나온 영어 약어를 풀어 둔다.
- KRX (Korea Exchange): 한국거래소. 코스피·코스닥을 운영하는 국내 유일의 증권 거래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