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편은 에테나(ENA)를 무대로 고정 범위 볼륨 프로파일(Fixed Range Volume Profile)을 뜯어본다. 앞선 두 편에서 시간 가격 기회와 자동 고정 볼륨 프로파일을 다뤘는데, 둘 다 “구간을 어디서 끊을지"를 지표가 알아서 정하거나 세션 단위로 고정하는 방식이었다. 이번 것은 반대다. 구간을 사람이 직접 지정한다. 그래서 가장 단순하면서 가장 자의적이다.

이 지표가 재는 것

대부분의 지표는 시간축 위에서 가격을 잰다. 20일 이동평균이든 RSI든 “며칠 동안"이 먼저 있고 그 위에 값이 얹힌다. 볼륨 프로파일은 축을 90도 돌린다. 시간을 지우고 가격대별로 거래량을 쌓는다. 그래서 나오는 질문이 다르다. 언제 얼마나 거래됐는지가 아니라, 어느 가격에서 얼마나 거래됐는지를 묻는다.

세 개의 값이 나온다.

  • POC(Point of Control): 거래량이 가장 많았던 가격대. 그 구간에서 시장이 가장 오래 합의한 가격이다.
  • VAH · VAL(Value Area High/Low): POC에서 위아래로 넓혀 전체 거래량의 70%를 담는 구간의 양 끝.
  • 밸류 에어리어: VAL과 VAH 사이. 거래의 대부분이 일어난 가격 띠다.

고정 범위는 이 계산을 내가 지정한 구간에만 적용한다. 여기서는 최근 30일, 60분봉 720개로 잡았다.

이 글의 데이터 범위
종목        에테나 ENA (KRW 마켓)
구간        2026-08-15 ~ 2026-09-13 (30일)
          60분봉 720개
출처        업비트 공개 시세 API (candles/minutes/60)
가격 범위    115.00 ~ 262.00원
구간 거래량   28.30억 ENA
마지막 종가   190.00원 (09-13 23시)

ENA 일봉 90일과 고정 범위로 잡은 매물대

에테나는 합성 달러 USDe를 발행하는 프로토콜의 거버넌스 토큰이다. 담보와 헤지 포지션으로 달러 페그를 유지하는 구조라, 토큰 가격이 자금조달률 환경과 프로토콜 예치 규모에 따라 크게 흔들린다. 구간 안에 115원과 262원이 함께 들어 있는 것이 그 성격을 그대로 보여준다. 최저에서 최고까지 2.3배 차이다.

이 글은 투자 권유가 아니다. 지나간 구간에 지표를 얹어 본 후행 분석이고, 같은 값이 다음에도 같은 의미를 갖는다는 보장은 없다.

계산식과 실측

계산은 세 단계다. 먼저 구간의 최저가와 최고가 사이를 N개의 가격 행으로 등분한다. 다음으로 각 봉의 거래량을 그 봉이 지나간 행들에 나눠 담는다. 마지막으로 행별 합계에서 최대 행을 찾으면 POC고, 거기서 위아래로 넓히며 70%를 채우면 밸류 에어리어다.

고정 범위 볼륨 프로파일 계산
행 경계      lo + (hi - lo) × k / N        k = 0…N
--------------------------------------------------
봉 배분      각 봉의 거래량을 저가~고가가 걸친 행에 균등 분배
POC         거래량이 최대인 행의 중앙값
VA          POC에서 양옆 중 큰 쪽으로 확장, 누적 70% 도달까지

봉의 거래량을 저가와 고가 사이에 균등하게 나누는 것은 근사다. 실제로는 그 한 시간 안에서도 특정 호가에 체결이 몰리지만, 공개 캔들 데이터로는 그 안쪽을 알 수 없다. 체결 단위 데이터를 쓰면 더 정밀해지는 대신 30일치를 모으는 부담이 커진다. 이 글은 근사 쪽을 택했고, 그래서 뒤에 나오는 행 개수 민감도 검사가 필요해진다.

행 개수는 24로 잡았다. 115원에서 262원까지를 24등분하면 행 하나가 6.13원, 가격의 약 2.7%다.

실측 결과 (24행)
POC          222.19원  최대 행 비중 16.99%
VAH          234.44원
VAL          197.69원
밸류 에어리어 폭  36.75원 (POC 대비 16.54%)
VA 커버율     74.0%  70% 목표를 한 행 넘겨 채운 값
마지막 종가    190.00원
POC 대비      -14.49%  밸류 에어리어 아래

60분봉 종가와 가격대별 거래량 비중

오른쪽 막대가 이 지표의 전부다. 222원 언저리 한 행에 구간 거래량의 17%가 몰려 있고, 197원에서 234원 사이의 파란 띠가 전체의 74%를 담는다. 반면 260원대와 120원대는 막대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가격이 그곳을 지나가기는 했지만 거래는 거의 없었다는 뜻이다.

왼쪽 그래프와 겹쳐 보면 이야기가 선명해진다. 8월 중순부터 9월 초까지 ENA는 200원대 초중반을 오르내리며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그 체류가 222원의 봉우리를 만들었다. 그런데 9월 8일 이후 가격이 띠 아래로 내려가 190원 부근에 머물렀다. 마지막 종가는 POC보다 14.49% 낮다.

이 위치가 뜻하는 것

밸류 에어리어 아래에 있다는 것은 머리 위에 두꺼운 매물대가 있다는 말이다. 197원부터 234원까지의 구간에서 28억 개가 넘는 ENA가 손바뀜했다. 그 가격대에서 산 사람 중 상당수가 지금 손실 상태다. 가격이 다시 그 띠로 올라가면 본전에 팔려는 물량을 만나게 된다. 볼륨 프로파일을 쓰는 사람들이 POC를 저항선으로 보는 이유가 여기 있다.

반대 해석도 가능하다. 거래가 거의 없던 구간은 가격이 빠르게 통과한 자리라, 다시 그 구간에 들어서면 제동이 약하다. 190원 아래로는 120원대까지 막대가 얇다. 위로 가면 저항이 촘촘하고 아래로 가면 미끄러울 수 있다는 비대칭이 이 프로파일의 모양이다.

다만 이건 지도이지 예측이 아니다. 매물대는 어디서 거래가 많았는지를 알려줄 뿐, 다음에 어디로 갈지는 말하지 않는다. 실제로 매물대를 단숨에 뚫는 일도 흔하다. 거래량이 얇은 구간은 저항이 약하다는 말이 곧 그쪽으로 간다는 뜻이 아닌 것과 같다.

행 개수를 바꾸면 결과가 바뀌는가

고정 범위 볼륨 프로파일에는 사람이 정하는 값이 두 개 있다. 구간과 행 개수다. 구간은 애초에 자의적이라는 걸 인정하고 쓰는 것이고, 행 개수는 다르다. 히스토그램의 막대 폭을 바꾸는 일이라 결과가 흔들리면 지표 자체를 믿기 어렵다.

행 개수별 POC와 밸류 에어리어
12행   POC 219.12   VA 194.62 ~ 231.38   폭 16.77%
18행   POC 225.25   VA 200.75 ~ 233.42   폭 14.50%
24행   POC 222.19   VA 197.69 ~ 234.44   폭 16.54%
36행   POC 223.21   VA 198.71 ~ 235.46   폭 16.46%
48행   POC 223.72   VA 202.28 ~ 239.03   폭 16.43%
72행   POC 222.19   VA 201.77 ~ 238.52   폭 16.54%
--------------------------------------------------
POC 변동폭  6.12원 (2.75%)  행을 6배 늘린 구간 전체에서

행 개수별 POC 변화

행을 12개에서 72개로 여섯 배 늘려도 POC는 219원과 225원 사이, 폭으로 치면 2.75% 안에서만 움직였다. 밸류 에어리어 폭도 14.50%에서 16.77% 사이로 안정적이다. 매물대가 한 곳에 뚜렷하게 몰려 있으면 해상도를 바꿔도 봉우리 위치는 잘 안 변한다는 뜻이다.

거꾸로, 행 개수에 따라 POC가 크게 튀는 종목이라면 그건 지표 설정 문제가 아니라 그 구간에 뚜렷한 매물대가 없다는 신호로 읽는 편이 낫다. 봉우리가 두 개 이상으로 갈라져 있으면 어느 쪽이 최대인지가 해상도에 따라 바뀌기 때문이다. 민감도 검사는 파라미터를 고르려고 하는 게 아니라, 지금 이 프로파일이 해석할 만한 모양인지 확인하려고 한다.

한계

구간을 사람이 정한다는 점이 이 지표의 쓸모이자 약점이다. 30일 대신 60일로 잡았다면 POC는 다른 곳에 찍혔을 것이고, 어느 쪽이 옳은지 판정할 기준은 지표 안에 없다. 자동 고정 방식이 앵커를 스윙 고점이나 저점에 자동으로 붙이는 것도 이 자의성을 줄이려는 시도다.

봉 단위 균등 분배라는 근사도 남는다. 변동이 큰 봉일수록 거래량이 넓게 퍼져 실제보다 평평해진다. 그리고 매물대는 과거의 체결 기록이라 이미 손을 턴 물량과 아직 들고 있는 물량을 구분하지 못한다. 그 구분이 되는 데이터는 공개 시세에 없다.

마지막으로, 이 시리즈에서 여러 번 확인한 사실 하나. 이 봇의 실측 판정표에 볼륨 프로파일 계열은 올라가 있지 않다. 진입 신호로 검정하려면 가격대별 체결 분포가 필요한데 일봉 데이터로는 그 분포를 만들 수 없어서 애초에 검정 대상에서 빠졌다. 그래서 이 지표는 매매 규칙이 아니라 지도로만 쓰는 편이 정직하다. 어디가 붐볐는지 보여주는 것까지가 이 지표의 일이다.


약어 풀이

* 이 글에 나온 영어 약어를 풀어 둔다.

  • POC (Point of Control): 통제점. 지정한 구간에서 거래량이 가장 많았던 가격대.
  • VA (Value Area): 밸류 에어리어. POC를 중심으로 구간 거래량의 70%를 담는 가격 띠.
  • VAH · VAL (Value Area High / Low): 밸류 에어리어의 상단과 하단 가격.
  • RSI (Relative Strength Index): 상대강도지수. 일정 기간의 평균 상승폭과 평균 하락폭 비율을 0~100으로 나타낸 모멘텀 지표.
  • API (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 프로그램이 외부 서비스의 데이터나 기능을 불러 쓰도록 공개된 규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