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배운 첫 번째 가치관
어릴 때부터 들은 말이 있다. 주식을 하면 집안이 망한다. 조심해라.
틀린 말은 아니었다. 다만 그 말은 주식이 무엇인지 가르쳐주지는 않았다. 두려움만 물려받은 채로 시장에 들어간 사람이 어떻게 되는지, 나는 내 계좌로 배웠다. 소심한 투자자가 됐다. 오를 것 같으면 조금 샀고, 조금 오르면 바로 팔았고, 떨어지면 팔지 못하고 들고 있었다. 물릴 때는 크게 물리고 벌 때는 액수가 작았다. 재미를 볼 구조가 아니었다.
2008년에 시작했다. 리먼이 무너지던 해다. 시작부터 시장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보여준 셈인데, 그때는 그게 교훈인 줄 몰랐다.
C사, 그리고 엉덩이가 가벼웠던 시절
한번은 C사라는 곳의 주식을 샀다. 나중에 주가 조작 사건으로 이름이 오르내린 회사다. 큰 사단이 났다. 그 시절은 아직 불법이 판을 치던 때였고, 물론 그런 일은 지금도 일어난다. 다만 그때 배운 건 종목에 대한 교훈이 아니었다. 내가 무엇을 근거로 샀는지 스스로도 설명하지 못한다는 사실이었다.
이후로 큰 수익은 없었다. 용돈이 생기면 조금 사보고, 며칠 뒤에 팔았다. 엉덩이가 가벼운 시기였다. 자리에 오래 앉아 있지 못하는 사람은 시장이 주는 큰 파도를 탈 수 없다는 걸, 머리로는 알았지만 손이 따르지 않았다.
2017년, 비트코인이라는 것
2017년에 비트코인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그때는 정말 어마어마했다. 하루에 계좌가 두 자릿수 퍼센트로 움직였고, 뉴스보다 차트가 먼저 말했다.
그때 평단이면 지금 갑부가 돼 있을 텐데, 하는 상상을 가끔 한다. 하지만 상상은 상상이다. 그 평단을 지금까지 들고 있으려면 중간의 폭락을 전부 견뎠어야 했고,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이 문장을 쓰는 데 몇 년이 걸렸다.
롱과 숏, 그리고 뱅크런
2020년부터는 코인 선물까지 했다. 바이낸스, FTX, 그 밖의 해외 거래소 여러 곳에서 롱과 숏의 대결을 맛봤다. 직장을 다니면서 포지션을 잡는 건 어려웠다. 그래도 쉬는 날 잠시 집중하면 몇백만 원을 손에 쥘 수 있었다. 시장은 늘 열려 있었고, 나는 가끔만 열려 있었다.
솔라나를 업비트 상장 전에 가지고 있었다. 미래는 맞혔다. 그런데 F 거래소 뱅크런으로 큰 시련을 맛봤다. 방향을 맞히는 것과 돈을 지키는 것이 다른 문제라는 걸, 이번에도 계좌로 배웠다. 예측이 맞아도 구조가 무너지면 소용없다.
인간의 한계를 인정하다
여기까지 오면 결론이 하나 남는다. 인간은 한계가 있다. 나는 엉덩이가 무겁게 버티지 못한다. 겁이 날 때 팔고, 확신이 설 때 사고, 그 순서는 대개 반대여야 옳았다.
그래서 2026년부터 방향을 바꿨다. 나를 고치는 대신, 나 없이도 규칙대로 움직이는 것을 만들기로 했다. 내가 고른 지표를 가지고, 내가 정한 로직으로 매수하고, 목표에 닿으면 익절을 실현하는 매매봇. 빗썸에서 시작해 업비트로 옮겼고, 지금까지 약 500개 버전을 릴리즈했다. 어떤 버전은 하루도 못 살았고, 어떤 버전은 지금도 돌고 있다.
비트겟, 한국투자증권, 업비트, 빗썸. 국내 주식, 코인 현물, 코인 선물. 여러 앱을 만들면서 한 가지가 또렷해졌다. 모든 것은 차트 안에 답이 있다. 차트는 사람을 움직이게 만드는 스탠다드다. 가치 투자의 영역에서 여러 종목이 서로 충돌할 때, 차트는 더할 나위 없는 우선순위가 됐다. 실적도, 뉴스도, 결국 캔들 하나로 번역돼 나온다.
이 블로그에 있는 것들
지표 스터디: RSI, 거래량, A/D 라인, 52주 신고가 같은 지표를 공식부터 뜯는다. 코스피 종목 하나를 잡아 실제 일봉에 지표를 대보고, 맞은 신호와 빗나간 신호를 둘 다 적는다. 맞은 것만 쓰면 광고가 되고, 빗나간 것까지 써야 기록이 된다.
개발일지: 봇을 고치면서 남긴 기록. 사고가 났던 이야기가 많다. 성공한 버전보다 실패한 버전이 많고, 그게 정상이라고 생각한다.
개발 아카이브: 봇이 500번 가까이 바뀌는 동안 있었던 일을 시대별로 묶었다. 빗썸에서 시작해 지금 형태가 되기까지의 흐름을 한 번에 보고 싶으면 여기부터.
어디로 가려는가
이 봇들을 하나하나 디벨롭시켜서 미래의 내 먹거리로 만드는 것이 목표다. 그런데 그게 전부는 아니다.
단순히 돈을 버는 것보다, 금융 시장에 대한 이해를 얻고 싶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그 처세와 방법을 차트와 지표와 매매 로직으로부터 배우고 싶다. 시장은 사람의 욕심과 공포가 숫자로 찍히는 곳이고, 그 숫자를 오래 들여다보면 사람이 보인다. 나 자신도 포함해서.
미리 말씀드릴 것
여기 있는 글은 전부 개인 기록이고 투자 권유가 아니다. 내 계좌에서 나온 숫자가 다른 사람 계좌에서 같게 나올 이유는 없다. 나도 매일 버는 게 아니다.
“시장에서 살아남는 사람은 가장 똑똑한 사람이 아니라, 가장 오래 버틴 사람이다.” — 제시 리버모어
버티는 건 내가 못 하니, 버티는 것을 만들기로 했다. 천천히, 자주 쓴다.
연락
궁금한 점이나 잘못된 내용 지적은 메일로.
이메일: jungjuho@gmail.com
2008 주식 시작. 소심한 개미. 물릴 땐 크게, 벌 땐 적게
20xx C사 매수. 주가 조작 사건. 큰 사단
2017 비트코인. 어마어마했다. 평단은 지키지 못했다
2020 코인 선물. 바이낸스·FTX. 롱과 숏의 대결
이후 솔라나 상장 전 보유 → F 거래소 뱅크런
2026 매매봇 개발 시작. 빗썸 → 업비트. ~500 versions
결론 인간은 버티지 못한다. 버티는 것을 만든다.